2007년 08월 04일
살렘스 롯 (Salem's Lot)-스티븐 킹(Stephen King)
살렘스 롯 - 상스티븐 킹 지음, 한기찬 옮김 / 황금가지
나의 점수 : ★★★★
한눈에 보기엔 내용이 너무 긴 것 같아서 수정했습니다.
살렘스 롯(세일럼스 롯)은 1975년에 나온 스티븐 킹의 소설로, 전형적인 흡혈귀 소설 중 하나입니다.
최근에 영화화도 되었으며, 현대 공포문학에서의 스티븐 킹이 가지는 색채를 가장 잘 보이고 있는 작품 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자, 그럼 한번 자세히 보실까요?
이 소설은 스티븐 킹의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마을 '살렘스 롯'을 그 직접적인 제목으로 삼아 장황하면서도 섬세한 필치로 한 마을의 몰락을 그려낸 소설입니다.
공무원이셨던 아버지께서 도청 자료실에서 빌려다주셨던 책들은 어린 제 머릿속에 수없이 많은 꿈과 공상을 심어주었습니다.
그 중에 제가 특히 좋아했던 작가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스티븐 킹이었던 것입니다.
어린 마음에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작품은 '랭골리어스'였습니다만, 지금은 이 '살렘스 롯'이 더 마음에 남을 것 같습니다.
지금 양장본으로 스티븐 킹의 작품들이 재번역되서 나왔는데, 제가 어릴 당시의 수많은 출판사에서 스티븐 킹의 같은 작품을 제각기 번역해 내놓으면서도 그 어느 하나 만족스러울 만큼의 번역 질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면 근래의 노력은 정말 칭찬할 만 하고, 기쁜 일입니다. 물론 그와는 별개로 현재의 번역에서도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도 있다는 건 어쩔 수 없겠지요-_-;
(개인적으로 스티븐 킹의 책을 찾으면서 '영미문학' 내지는 '외국문학' 코너에서 찾다가 안나와서 좌절하고 도서검색PC를 써서 찾았는데, '판타지/SF' 코너에 있는 걸 발견하고 경악을 했습니다. 뭐 보기에 따라서는 확실히 그럴 수도 있지만, 제가 보기에는 좀 아쉬웠습니다.)
덧붙이자면, 저는 살렘스 롯이란 이름보다는 '세일럼스 롯'으로 부르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양장본 가장 첫머리에도 이 이야기가 언급됩니다. 세일럼스 롯이 맞는 발음이지만 '예루살렘'과 맞추기 위해서 살렘스 롯으로 표기했다고 했지요.)
제가 처음 세일럼스 롯에 대한 글을 읽었던 것은 아마 스티븐 킹의 단편집 나이트쉬프트(Nightshift)가 아니면 스켈레톤 크루(Skeleton crew)에서였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나이트쉬프트에 세일럼스 롯이 등장하는 흡혈귀 소설이 있었다고 알고 있는데, 문제는 여기서 어떤 내용이었는지가 기억이 하나도 안나는 겁니다-_-;
어쨌든, 제가 기억하고 있는 세일럼스 롯의 이야기라면, '공포 미스테리 초특급'으로 발매된, 수록된 국내명은 '흡혈귀'라고 나왔던 'One of the road'입니다.
이 '공포 미스테리 초특급' 자체가 나이트쉬프트와 스켈레톤 크루의 짜집기 단편집이라 어디 실려있던 건지는 모르겠네요.
어쨌든 이 단편도 상당히 감동적으로 읽었던 소설이고, '세일럼스 롯'과의 연관성이 있는 작품으로 보이기 때문에 생각해볼 여지도 많이 있습니다.(제가 보기에는 '세일럼스 롯'의 시점 이후에 '흡혈귀'가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한가지 주목해서 봤을 때 더 즐겁게 소설을 읽을 수 있는 점이라면, '세일럼스 롯'에서 묘사되지 않았던 계절적 배경인 겨울이 '흡혈귀'에서는 묘사된다는 것입니다.
깊이를 알 수 없이 하염없이 내리는 눈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어쩌면 장편의 '세일럼스 롯'보다도 더 극적인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이 포스트는 '흡혈귀' 관련 포스팅이 아니니 각설하겠습니다!
마을 이름의 세일럼스 롯과 작품을 칭할 때의 '세일럼스 롯', 등장하는 흡혈귀와 작품을 칭할 때의 '흡혈귀'를 구분하려다보니 따옴표를 많이 쓰게 돼서 힘들군요, 어쨌든 계속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흡혈귀의 고전적인 이미지(초대받지 않은 집에 침입하지 못한다거나 성수와 십자가를 두려워하는 등의)를 유지하면서도, 현대(물론 이 작품이 나온 것이 1975년이기 때문에 이미 30년이 넘은 공백은 많은 요소들을 '고전적'으로 보이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적인 감각을 통해 현대적인 배경에서의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고 있습니다.
초반 진행이 다소 지루한 감도 있습니다만, 마을의 몰락을 그리기 위해서 평온했던 마을의 모습을 묘사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했던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각자 자신들의 인생관을 가지고 자신의 생업에 종사하는 모습, 그 일상들이 너무나도 지루하고도 평온했던 만큼, 그 뒤에 마을을 엄습하는 어둠의 깊이가 더 깊게 느껴지는지도 모릅니다.
각 등장인물들의 삶의 모습을 하루를 잡아서 시간대별로 정리하여 하나하나 보여주는 구성은 영화적인 묘사라는 느낌도 듭니다. 주로 서로 전혀 연관성이 없는 사람들이 갑자기 결속하게 되는 재난영화에서 각 등장인물들의 과거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자주 쓰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이 소설에서는 다른 기능으로서도 작용합니다.
이 소설은 '마을'의 몰락을 다루는 만큼, 등장인물들이 상당히 많이 나옵니다. 그래서 저같이 사람이 많이 나오는 소설을 읽을 때 사람들을 기억하느라 애를 먹는 분들(저는 사람이 많이 나와서 삼국지를 읽는 것도 상당한 애를 먹었습니다. 물론 이문열씨같은 인지도 있는 분께서 내신 작품이 아닌, 갱지질감의 종이에 활자인쇄같은 누가 번역한지도 모르는 오래된 책을 읽어서인지도 모릅니다.)께는 초반에 조금 읽기가 힘들지도 모를 것이라 생각됩니다. 더구나, 직접 얼굴과 목소리를 보이지 않는 책속의 등장인물들을 기억하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입니다.
이런 때, 이렇게 '지루하게' 묘사된 장만 다시 펼쳐보면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를 한번에 다시 떠올리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독자를 배려하는 매우 편리한 구성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악에 맞서 싸우는 인간으로서 느끼는 무력감, 그 속에서도 희망을 찾기 위한 싸움을 계속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가슴을 아리게 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엄청난 위험을 알고 있고, 또 그에 모두가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이 분명하지만, 그것을 누구도 알아주지 못해 고독한 싸움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은 읽는 사람의 마음에도 크나큰 비장감을 안겨주지요.
고전적인 흡혈귀의 모습을 유지시켰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현대적인 배경에서 활동하는 '새롭게 단장된' 흡혈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신선함을 주지만, 반대로는 '별로 새로울 것이 없는' 흡혈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의 호불호가 상당히 많이 갈리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역시 독자들의 판단에 맡길 수 밖에 없으리라 생각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이 고전적인 흡혈귀의 묘사가 상당히 좋았다고 생각됩니다.
다른 흡혈귀 작품들과의 공통성을 둠으로써, 다른 작품들에서 (비교적) 상쾌하게, 혹은 깔끔하게 흡혈귀를 물리쳤던 묘사와 대비되어, 악과 싸우는 인간상으로서는 오히려 예전에 비해 약해진 현대인의 모습, 그리고 더욱 위험하고도 잔혹한 흡혈귀의 모습이 더욱 부각된다고 느껴집니다.
이를테면,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에서의 흡혈귀를 생각해보면, 극히 귀족적인 모습에, 피해자도 조심스럽게 선택했고, 피해자로서 다시 흡혈귀가 된 사람 역시 막무가내로 입맛 당기는 사람을 무는 게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드라큘라'에서는 반 헬싱 박사 및 그 일행에 의해 흡혈귀가 최후를 맞은 후에, '이 사건은 끝났다'는 비교적 강한 안도감이 드는 편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세일럼스 롯'에서의 흡혈귀들은 작중에서도 묘사되듯이, '이성보다는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그 전염성 역시 '드라큘라'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습니다. 그만큼 결말이 어떻게 나와도 개운한 느낌이 들지 않지요. 이와 같이 묘사된 흡혈귀들의 모습은 브람 스토커의 흡혈귀보다는 오히려 근현대 부각된 호러 소재인 '좀비'에 가깝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어쨌든, 기존의 고전적 흡혈귀들과의 공통적인 부분들이 없었더라면 이와 같은 차이점들이 지금처럼 부각될 수 없었을 테고, 흡혈귀라기보다는 오히려 '흡혈귀를 닮은 전염 괴물'이라는 느낌으로 독자에게 다가왔을지도 모릅니다.
뭐, 역시 이것도 개인 감상문이라고 생각해주시고, 최종적인 판단은 독자 여러분들께 맡기겠습니다.
그저 여러분들이 '세일럼스 롯'을 읽으시는 데 조그마한 도움이나마 되었으면 저는 더 바랄 게 없습니다.
자, 마지막으로 한말씀만 더 드리겠습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 두가지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한 가지는 제가 배웠던 강사님께 들은 말이고, 다른 한 가지는 바로 스티븐 킹 자신이 한 말입니다.
'용기는 가장 소중한 것을 위해 그 다음 소중한 것을 포기할 수 있는 것이다.'
'선은 대체로 악을 이기기는 하지만, 그 대가는 엄청난 것이다.'
좋은 여행 되시길...
# by | 2007/08/04 00:27 | 문화 이야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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